<기록의 쓸모> ‘마케터의 영감 노트’ - 이승희



기록의 쓸모

# 계정을 운영하면서 저는 기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기록은 연결되어 ‘생각의 고리’가 됩니다. 5년 전 기록이 오늘의 기록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낳고, 저의 기록이 누군가의 기록과 이어져 더 나은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영감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저라는 사람을 깊고 넓게 확장시켰습니다.

# 본격적으로 기록하면서부터는 기록이 ‘나’라는 사람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됐어요.

# Q. 기록하면서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특정 순간을 꼽기는 어렵고요, 습관적으로 아카이빙을 하다 보니 제 콘텐츠가 많아졌어요. 덕분에 마케팅할 꺼리, 즉 아이디어나 기획을 제 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기록의 힘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제가 기록에 집착하는 이유가 제 삶에 레퍼런스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더라고요. 기록을 통해 삶의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 기록의 쓸모??

무엇보다, 기록을 남기는 삶은 생각하는 삶이 됩니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건, 기록을 통해 내 경험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쓸모도 찾을 수 있을 거고요. 모든 기록에 나름의 쓸모가 있듯 우리에게도 각자의 쓸모가 있으니까요

#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만사에 관심을 갖는 거야. 관찰력과 순간을 놓치지 않고 쥐는 능력이 중요하지. 내 손에 쥐고 내 손에 담고, 내 마음에 담아두는 능력 말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그 기운을 느끼는 세밀한 관찰력이 마케터에게는 필요해.”

# “모든 콘텐츠는 광고와 정보 그 중간에 있어요. 고객은 콘텐츠와 광고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방향을 잡아야 해요. 소비자들이 보기에 유용하다고 느끼는 게 핵심이지, 광고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 “마케터가 인간 혐오에 빠지면 끝이 없어요.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게 ‘마케터’입니다.”

#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대화가 중요한 것은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기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인생이 언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데이비드 호크니도 그랬고, 비틀스도 그랬고,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

# 내가 팔고자 하는 제품, 서비스, 브랜드의 무한한 가치를 생각해보자. 내게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쓸모로 작용할 것들이 무엇인지.

# 모든 피드백의 목적은 ‘더 낳은 결과’다

# 독자를 정하자
어떤 사람이 보는 글인가? 독자를 정했다면 그들이 궁금해할 내용이 뭘까 고민해보자. 독자들이 메일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자.

# 일 잘하는 사람들은 공유를 정말 잘한다. 회의를 했다면 회의록을 공유하고,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진행상황을 팀원들과 공유하자. 그리고 모든 일은 기록되어야 하며 남겨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메일을 쓰자. 일의 진행상황에 대한 공유와 기록은 넘치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 일은 예민하게 잘하지만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
말 걸기 어려운 가시 돋친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기대되는 날카로운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무례하지 않은, 진정 예민한 사람이 되는 길이다.

# 이렇게 마음이 힘들 때는 어느 강연에서 TBWA KOREA 대표인 박웅현 CD님이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인생은 고통이 기본값입니다. 그런데 행복이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 일을 할 때 자기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정말 힘들다. 자기확신이 있을 때 자존감도 높고 일도 잘하는 것 같다.

# “자존감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김밥 한 줄을 말아도 내가 이 동네에서 제일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저는 고민 같은 거 안 해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 중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고민만 해요. 해결할 수 없는 건 붙들고 있어봐야 힘만 들거든.”

# “빈틈에는 중력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장 중에, ‘말 없는 자는 상대를 수다쟁이로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 말을 많이 하면, 내 말이 끼어들 틈이 없죠. 상대가 과묵하면(하지만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를 주면) 나도 모르게 그 틈을 메우려 들게 됩니다. 이것은 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콘텐츠든 수신자로 하여금 들어올 여지를 주면, 나도 모르게 개입하고 싶어지고, 일단 개입이 시작되면, 그것에 대한 관심도 달라집니다. 어떤 영화가, 노래가, 소설이, ‘저건 내 얘기야’가 되는 거죠.”
- <생각의 기쁨> 유병욱

# 나는 스스로에게 꽤나(?) 완벽함을 요구하는 편이지만 때로는 굳이 빈틈을 메우려 애쓰지 않는다. 특히 누군가와의 대화에서는 공백을 두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빈틈이 어색했는데 요즘은 그 공백에서 상대방의 매력을 발견하곤 하니까. 그것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빈틈의 중력’ 아닐까.

# 마케터의 기본 자질은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관찰일 것이다. 그리고 관찰한 내용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마케터의 능력 아닐까 싶다.

# 물론 답은 나와 있다. 많은 사람에게 팔되, 소수만 아는 힙한 브랜드라는 느낌을 줄 것. 마치 애플처럼. 애플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이지만 소비자 개개인에게 ‘나만 쓴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 “1등을 차지한다고 해서 다 얻는 게 아니다.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고 새 결과물로 조금씩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 윤상, ‘러블리즈’ 프로듀서
 
# 어쩌면 내가 비주류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관점이었던 것 같다. 굳이 난 대중과 다르다고 선을 긋기보다 주류를 좇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 태도. ‘내 갈 길 가겠어’라고 선언하는 확고함.

# 모두에게 나를 인식시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그저 나와 핏이 맞는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닿으면 되는 것이다.

# 브랜드 철학이나 메시지가 전하는 자기다움이 확고하기에 ‘소수만 알고 싶은 브랜드’로 생명력 있게 움직이는 것

# ‘대중적으로 타기팅할 것인가, 마니아적으로 할 것인가’가 아니었다. 결국 어떤 메시지를 뾰족하게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 미스터리가 없으면 기억할 만한 삶도 없다.
그러니 바라건대, 반전 가득한 인생이기를.
누군가에게는 늘 낯선 사람이기를.

# 문득 내 삶에 레퍼런스가 많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영감에 주목하는 건 아닐까.
남의 삶을 내 레퍼런스로 삼기 위해.

# “마케터 여러분,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워지세요! 맥락 없이 하는 것이 더 진실될 수 있어요. 이제 사람들은 기승전결이 없어도 재미있으면 다 봐요.”

# ‘오늘부터 ○○○를 되게 좋아해야지’가 아니에요. 좋아하면 똑같이 따라 하려는 ‘애정’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나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아직 하고 있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똑같이 따라 하려는 애정을 가진 것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 1) 잘하는 것을 모방하기
2) 그 안에서 나만의 것 발견하기
3) 관찰 그리고 생각 더하기, 나만의 관점으로 만들기
4) 나만의 언어, 색깔 입히기
5) 그리고 거침없이 표현하기

# 설령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찾지 못했다 해도, 찾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서투르게나마 나만의 언어로 바꿔냈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 아닐까.

# 마케터의 일이란 우리 브랜드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해마다 새로운 세대는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호들갑 떨지 말자. 가난한 생각에 빠지지 말자.
변하는 것은 그 속도만큼 변하게 놔두고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자.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을 놓치지 말자. 새로운 것에 주목하더라도 익숙한 것을 선택하게 하자.
 
‘나이’라는 한계에 빠지지 말자는 오늘의 다짐 끝.

# 아티스트란 끊임없이 나와 충돌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나와 타협할지 뛰어넘을지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 우리는 모두 아티스트다. 수없이 충돌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아티스트가 돼라.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이다. 아트는 결과물이 아니라 여정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혼신을 바칠 그 여정을 발견하는 것이다.”
- 세스 고딘, 《이카루스 이야기》(한국경제신문사, 박세연 옮김)

# 아침형 인간은 자기계발서를 쓰고 저녁형 인간은 소설을 쓴다고.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해 자책하는 나에게 해주신 얘기였다. 저마다 각자의 시간이 있는 거라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정답은 없다. 앞으로 나는 어떤 시간으로 내 삶을 채워가야 할까.

# 좋아하는 걸로 넘치게 채워서 복잡한 마음을 밀어내는 것. 이것이 또 다른 의미의 비우는 삶 아닐까. 내 안에 있던 분노나 쓸데없는 걱정을 다 털어놓고 나면 별것 아닌 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안 날 거라고 되뇌고 되뇐다.

# 우리가 좋아하는 게 뭔지, 그게 왜 좋은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마케터의 일은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우리 타깃에 맞는 취향을 상상하고 저격하며 그들의 취향을 만들어주는 것,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취향을 뾰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강요가 아니라 설득으로 그들을 ‘취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기쁘게 해주는 것이 마케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취향에 빠져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을 닫지 않기를.

# 인스타그램 업로드와 별개로 매일 자기 전 책상에 앉아서 하루 동안 받은 영감과 대화를 다시 정리한다. 일기 쓰듯 하는 나만의 루틴이다. 따로 남겨두고 싶은 영감은 장문을 위한 소재가 된다. 그런 글들은 ‘목요일의 글쓰기’ 때 다시 꺼내거나 개인 블로그에 쓰거나, 또는 연간 다이어리에 적어둔다. 하루 동안 나에게 온 영감을 이렇게 (내 안에서) 체화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내 것이 된다.

# 불완전한 영감을 의미 있는 영감으로 만들려면 내가 지금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내려오는 영감은 없다.
 
책, 강연, 사람과의 대화,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나에게 이 많은 것을 언제 다 보냐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다 보지는 못한다. 그냥 그때그때 잘 적어두는 것일 뿐.

# 다양한 영감을 얻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열린 마음과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 전자가 오는 영감을 놓치지 않는 태도라면 후자는 능동적으로 영감을 찾는 데 필요한 자질이다. 의심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인스타그램의 Q&A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질문해주세요!’라고 올리면 몇 명이라도 질문을 던져준다. 계속 나에게 ‘화두’를 던지는 것이 중요한데, 예기치 못하게 날아오는 질문만큼 좋은 영감은 없다.

# 적어둔 것을 꼭 다시 봐야 하고 반드시 써먹어야 한다는 중압감은 내려놨으면 좋겠다. 영감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서는 생각이 만들어지고 확장되기 시작하니까.

# 처음에는 분명 소소하게 시작했는데,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영감을 보는 나만의 기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감은 역시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였다.

# 트렌디해 보이는 것들보다 내 마음에 계속 남는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이 시대를 산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일임을 잊지 말 것. —> ‘지속 가능성’

#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을 만들어주기 위해 제가 수집한 것들을 보여줘요. 제 수집의 이유는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죠.”
-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중에는 마케터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것들이 적지 않다. 마케터 개인의 경험이 중요하다면 그 경험을 잘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나에게서 대중으로, 사람들에게 가닿는 일들.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을 만들어주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 내가 매일 하는 일이자 좋아하는 일이다.

# 친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 모든 순간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작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세상을 대하는 첫 번째 자세임을 그때 배웠다고 했다.

#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 도대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위즈덤하우스)

# 굉장히 허무하죠. 여러분, 칭찬에 길들여지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 여러분이 다른 사람을 칭찬하세요. 여러분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세요. 그렇게 본인만의 생각으로 살아보세요. 그 ‘생각의 근육’은 책을 통해 기를 수 있습니다.”

# 메시지가 뚜렷한 브랜드는 가방을 만들든, 신발을 만들든, 노트를 만들든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제품은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이야기가 탄탄하면 어떤 그릇에든 잘 담길 것이다.

# “Our mission is to give everyone a voice and show them the world.
(우리의 미션은 모든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세상에 그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유튜브
 
# ‘자기다움’이라는 말조차 유행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나답게 하라는 건 특별하거나 특이하게 하라는 게 아니다.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그걸 잃지 말라는 뜻이다.

# “과거는 거짓말이고 미래는 환상일 뿐이래요. 우리의 힘이 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과거도 미래도. 오직 ‘지금’만이 우리 힘이 닿을 수 있는 시간이래요. 그래서 지금 내가 딱히 불행하지 않으면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 아닐까 싶어요.”
- tvN 〈인생술집〉 강하늘 편을 보다 적어둔 말

# 내 행복이 넘칠때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자기소개’와 같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드러나기에.
일상을 기록하면서부터 나의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채워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멋있는 집에 살 수는 없어도 ‘특별한 집’에 살고 싶었다. 나의 공간, ‘하우숭’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 가장 머물고 싶은 공간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

#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자기소개’와 같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드러나기에.
일상을 기록하면서부터 나의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채워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멋있는 집에 살 수는 없어도 ‘특별한 집’에 살고 싶었다. 나의 공간, ‘하우숭’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 어릴 적에는 무언가 하기 위해 10을 써야 했다면, 40대인 지금은 7을 이미 알고 시작한다는 대답이 매우 흥미로웠다. 경험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7인 셈이다.

# 노홍철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줄곧 외쳐온 ‘경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가 말한 ‘7’은 어쩌면 새로운 것에 열광하고 감동하는 와중에 자기도 모르게 차곡차곡 쌓인 경험치일 것이다. 무언가를 시도하고 모험하는 시간 못지않게, 그것을 내 안에 녹이는 진중한 시간을 갖는 것도 경험의 또 다른 묘미다.
경험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7.
할까 말까 망설일 때마다, 내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한 줄의 기록이다.


# 매일 먹는 밥이어도 맛있고 깔끔하고 예쁜 것만 먹고 싶듯, 매일 하는 기록도 이왕이면 편하고 기분 좋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쓸 때는 나에게 가장 편한 도구로 시작해야 하며, 기록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이렇듯 ‘쓸 맛’이란 기록을 지속하게 해주는 꽤 중요한 요소다. 어떻게 쓰든 흰 바탕에 글이 새겨지는 건 마찬가지인데 도구에 따라 나오는 글이 다르고 기록되는 형태도 달라진다. 내게 ‘쓸 맛’ 나는 도구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 “향이 있는 핸드크림을 쓸 수 없는 직업군의 기술자들을 위하여.”
바리스타의 신발, 목수의 물건, 디자이너의 노트··· 어떤 사물을 ‘직업의 도구’로 표현하는 것만큼 멋진 게 있을까?

# 사람들의 반응과 소통을 즐기는 커뮤니케이터라면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미디어를 시작으로 기록 체력을 길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행력은 작은 시도로부터 시작된다.

#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눈과 손을 거치면 별것 아닌 것도 특별해지듯, 뭉툭함을 다듬어 뾰족하게 만드는 것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믿는다. 태도라 말하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이다. 영감을 얻으려면 집요한 관찰이 필요한데, 집요한 관찰이란 결국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 아닐까.

# “여행은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
완성되지 않은 생각들을 더듬는 시간이다.”

# 그 짧은 여행에서도 수많은 감정을 마주하는데, 일상이 매일 좋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지보다 다이내믹할 수 있는 일상에 더 엄격한 행복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아닌지. 자주 행복하고 자주 웃고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 우리는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살며 많은 정보를 공유하지만, 그만큼 쓰고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듯하다.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의 넓이와 깊이가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새삼 섬뜩했다. 어휘력 부족으로 생각의 한계에 갇혔던 과거의 경험은 내 미래에 보내는 경고는 아니었을까?

# 글의 논리가 성글다면, 글이 오직 재치에 의존하고 있다면, 짧은 글에선 보이지 않던 약점들이 긴 글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 팀에 신입 카피라이터 후배가 들어오면 전 제일 먼저 긴 글 쓰기 훈련을 시킵니다.)”
- 유병욱, 《생각의 기쁨》(북하우스)

# 밀도 있는 글 뒤에는 긴 글을 써내기 위한 밀도 있는 훈련이 있듯이, 밀도 있는 짧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긴 글 쓰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했

# 매주 목요일마다 글쓰기 모임이 진행되었다.
모임의 규칙은 간단했다.
 
1.매주 목요일에 장문의 글을 쓴다. 두 문단 이상 되어야 한다.
2.다 쓴 글은 카톡 그룹 게시판에 올린다.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공개된 곳에 오픈하는 것이 중요하다.
3.단, 글에 대한 피드백은 절대 하지 않는다. 무조건 쓴 행위에 대해서만 칭찬한다.

# 역설적으로 그래서 잘 쓰고 싶어졌다. 내 글을 보고 누군가가 힘을 얻었으면, 위로받았으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 글 덕분에 어떤 상품이 잘 팔려도 좋겠다. 내가 앱스토어 에디터가 쓴 넷플릭스 활용법을 보고 감탄한 것처럼.

# 하루 열 줄 쓰는 사람

# “나는 무언가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 있지, 더 이상 무언가에 ‘관해’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 있지 않다. (중략) 즉 실천의 형태로 다가온다. 나는 또 다른 유형의 앎(즉 ‘애호가’의 앎)으로 넘어간다.”
- 롤랑 바르트, 《소소한 사건들》(포토넷, 임희근 옮김)

# 나도 어떠한 것을 받아 적는 사람으로 끝나고 싶지 않다. 앵무새처럼 ‘저 사람 말이 좋아, 이 사람 말이 좋아’라며 박수만 치고 싶지는 않다. 한 가지 상황도 100명이 바라보면 100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생각을 담으려 노력했다. 기록에서 생각으로, 생각에서 실행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영감계정과 노트 역시 그러한 실행의 일환이다.

# 좋은 기록과 나쁜 기록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모든 기록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 무언가를 자꾸 잊어버려서 적기 시작했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을 테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리고 싶어서라면 그 또한 기록의 쓸모일 것이다. 내 경우에는 기록을 통해 내 생각을 부담 없이 말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았고, 그것이 좋은 기록이라 믿는다.

# 내 경우엔 마음에 드는 영상을 재생목록에 저장해두었다가 사람들과 공유하고, 감동 깊었던 내용은 따로 글로 풀어 노트에 적는다.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으로 나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생산자의 입장에 서고 싶다.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은 이유는,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언어에 지배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다듬어간다면 ‘나다움’에도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 하지만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만의 언어를 가지려면 기록이라는 형태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 그런 맥락에서 ‘나답게 사는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기록의 힘이라 믿는다.

#어쩌면 진정한 기록의 쓸모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기록에 나름의 쓸모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각자의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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