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정유정 작가의 책은 7년의 밤과 종의 기원을 읽었다.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쓴다. 글을 읽으며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표현들이 참 좋다. 이 책은 정유정 작가의 초기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먼저 읽었던 두 작품과 비교했을 때 표현에 있어 조금은 과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소재나 주재에 있어서는 정말 기발하고 감동적이었다. 작가의 실제 경험이 있지 않다면 이런 작품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정신병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고, 그곳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은 사실 정신질환 환자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기도 하다. 특히 승민은 입원을 한 게 아니다. 사정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인물이다. 그렇기에 탈출을 꿈꾸고 그것을 끊임없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화자인 수명. 그에게는 정신착란이라는 질환이 있지만 꼭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어렸을 때 정신적으로 아프신 어머니에 의해 힘든 사건을 겪고 그로 인해 환청에 시달리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 둘의 병원 탈출기를 읽어 내려가며 참 많이 웃고 많이 생각했다.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설정도 참 재밌었다. 우울한 XXX로 나오는 인물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느린 한걸음을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 이런 자세는 내가 처해 있는 환경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려주었다. 게을러지려는 나를 일깨우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작가는 이 질문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아직 내 삶은 침몰되거나 좌초되지 않았다.
아주 잘 순항 중에 있다. 하지만 이것이 순항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단지 계속해서 노를 젓고 내가 원하는 그곳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누구도 모를 그런 미래에 운명이라는 큰 파도가 내 삶이라는 배를 침몰시키려 할 수도 있다.
그때 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때 가서 생각하기엔 이미 늦다. 그렇기에 지금 순항 중일 때 그 '무엇'이라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아니 이미 시작하고 있다. 이 질문은 내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해주는 것이다. 너무 멋진 말이다. 나를 더욱 다잡을 수 있게 해주는 말이다.
나를 더욱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말이다.
결국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정한 하루하루의 과제를 쉬지 않고 해내는 것이다. 침몰된 내 삶을 구원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침몰되지 않게 내 삶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기도 하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꾸준히 해나가는 내 일상의 습관들이 내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든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 된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참 재밌는 이야기를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 내가 얻은 교훈은 항상 내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그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남겨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준 정유정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이다음 정유정 작가의 책은 '진이 지니'로 해야겠다.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