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를 읽고.

랜선 독서모임에서 읽은 두 번째 책이었다.
김미경티비 북드라마에서 소개되기도 했었는데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은 몰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태어난 J.D.밴스가 마약 중독에 빠지거나
아예 자식 양육권을 포기해버린 부모와 이후 자신의 어린시절 가난과 되풀이된 가정 폭력, 이후 개인의 우울과 불안을 딛고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크게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힘들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로펌의 변호사가 되어 신분 상승을 이룬 미국 어느 젊은이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어렵고 힘든 시기, 그리고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 대해서 가감없이 아주 담백하게 묘사를 한다.
나라면 이렇게 직접 겪은 보고 듣고 느낀것들을 하나하나 들려줄 수 있을까.
심지어 그것이 남에게 보이기 떳떳하고 자랑스럽지 않은 것들이라면 더더욱 감추고 싶을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인물로 생각된다.
(브레네 브라운의 ‘마음가면’ 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결론적으로 작가의 수치심 회복탄력성은 자신을 믿어주고 지켜준 가족간의 사랑으로 부터 비롯된 것이다.
거칠고 힘든 생활이지만 가족으로부터 나온 사랑의 씨앗이 자라서 밴스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읽기전에 이 책은 에세이라고 들었다.
물론 에세이가 맞긴 하다. 직접 겪은 일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써내려간 글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볍게 읽어나갔다. 요즘들어 에세이나 소설같은 책을 읽은지가 좀 되서 반가운 마음이었다.
이야기가 진행 되면서 나는 이 책을 두 가지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는 삶에 대한 태도에 관해서 다른 하나는 육아의 관점에서 읽고 있었다.
저자의 유년시절 삶은 나로 하여금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힘든 상황이나 사건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거북함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와 상반되는 모습들이라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저자인 밴스는 이렇게 거친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십대시절 이후 그는 해병대를 지원해서 가게되고
거기서 많은 긍정적 변화를 맞이한다.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만드는
습관들을 배운다.
그 이후 많은 노력으로 명문대에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하고 로펌에 들어가는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된다.

책은 특별한 결론이 없이 끝을 맺는다.
나 또한 이 책을 덮으며 뭔가 명쾌한 결말을 맺진 못했다.
단지 아직도 빈부의 격차와 문화적인 격차가 미국을 비롯해 많은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자신이 직접 겪은 가감없는 생활상을 들으며
삶의 태도와 육아에 관한 것들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현제 이 책은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제작하는 중이라고 한다.
영화가 개봉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계층간의 간극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많은 의견들과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
지금도 어느나라 어느집에서는 저자인 밴스와 같은 힘든 삶을 이겨내고 있는 소년, 소녀가 있을것이다.
이러한 계층간의 불균형이 사라지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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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옆집에는 미국에서 말하는 힐빌리 같은 사람들이 산다.
호주에서는 이들을 ‘보간(bogan)’이라고 부른다.
물론 옆 집 사람들에게 당신들 보간이라고 부르거나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 제목인 힐빌리도 백인 노동자 계층을 일컫는데 모욕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담장 너머에서는 바람직한 가정이라고 하기 어려운 갖가지 소리들이 들려온다.
가끔 펼쳐지는 부부의 심한 타툼으로 인해 주택가의 길이 쩌렁쩌렁 울리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으로 생각되는 40대 중반 쯤의 남자어른이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에게 내뱉는 F로 시작하는 욕설들을 퍼붓곤한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날이면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밤새 음악을 크게 틀고 술마시고 떠들며 파티를 한다.
(그럴 땐 와이프와 나는 소음공해를 카운슬에 신고하고 잠 잘 시간이 되면 그냥 귀마개를 두 귀에 꼽고 잠을 청한다)
가끔 볼 수 있는 그들의 행동이나 담장넘어로 들려오는 말을 들어보면 호주에서 말하는 ‘보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이 사람들의 말의 특징은 발음을 많이 뭉그러 뜨려서 들어보면 영어를 하는게 맞는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내가 영어를 완전히 알아듣지 못해 그러는 것도 있을듯)
와이프는 이 책을 원서로 사서 옆 집에 선물로 주면 어떨까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옆집 사람들을 어느정도 이해 할 수 있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힐빌리 사람들도 가족을 끔찍히 생각한다.
가족의 명예를 매우 소중이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옆집 사람들도 가족간의 유대가 좋은듯 하다.
(아이들에게 욕설을 하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긴하지만.)
책은 힘들더라도 나중에 영화가 개봉한다면 옆 집 사람들이 그 영화를 봤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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