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어제 아침에 쓰던 글을 마무리하지 못했었다.
조금만 더 쓰면 되는 글이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머릿속엔 그것을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기상 루틴 후 바로 글을 불러 다 쓰지 못한 부분을 추가하고 점검 후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을 포스팅 하기위해 사진을 고르고, 복사를 하고 붙여 넣기 하는 과정에서 뭔가 꼬여버렸다. 그러면서 에버노트에 적혀 있던 글이 다 날아가버렸다.
아무리 뭘 해봐도
"작성을 시작하거나 템플릿을 고르세요" 라는 말만 나온다. 
화면에는 에버노트에 점검으로 인해 동기화가 몇 시간 동안 안될 거라는 말이 나왔다.
아... 하고 한숨이 나오며 내 왼쪽과 오른쪽 손바닥은
"빡!" 소리를 내며 머리에 강한 충격을 가하고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멘붕 상태였다.



내가 이 상황에 뭘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얼른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거나 그냥 잊어버리거나... 하지만 그냥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키보드를 잡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온갖 잡생각이 떠오르고 집중이 안됐다.
그래서 그냥 아침일기를 썼다. 근데 그마저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키보드를 잡았다.
'그래, 지금이 내가 쓴 글을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야'
라고 생각하며 내 머릿속에 흩뿌려진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은 충격으로 지금 당장 썼던 글을 되살려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잠시 후 나는 키보드 대신 펜을 잡고 아침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사실 날아간 글은 러디어드 키플링의 ' 만약에 '라는 시에 대한 내 생각을 쓴 것이었다. 
아침 일기를 쓰며 혼란스러운 머리가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시를 다시 한번 읽었다.
2년 전쯤 이 시를 알게 된 후 수도 없이 읽고 낭독했던 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 속에 오늘 아침의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치료제가 있었다.  그 부분을 일기장에 필사하며 나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낢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가 있다면 

네가 이제껏 성취한 모든 걸 한데 모아서 단 한 번의 승부에 걸 수 있다면 

그것을 다 잃고 다시 시작하면서도 
결코 후회의 빛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 '



그리고 보잘것없지만 
또 하나의 내 포스팅이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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