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나의 장점과 강한점을 떠올려 보고 그것들을 적어봅니다.

내 삶의 기록에 대하여…



나는 기록하는걸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매우 꼼꼼하고 치밀한 사람처럼 보일 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꼼꼼함과 치밀함과는 가까운 사람은 아니다.
단지 그냥 나의 삶이나 생각을 써두지 않으면 그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예전부터 시각적 기록인 사진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던것 같다.
뭔가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된다.
유명한 사람들이야 자신의 역사를 누군가가 대신 기록을 해 주겠지만
매우 평범한 사람인 나의 역사를 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누구도 기록해주지 않는다.
어쩌면 기록들이 훗날 나를 평범한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일을지도 모르겠다.
(호랑아 너는 죽어서 가죽을 남겨라, 나는 내 글과 생각, 그리고 사진을 남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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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아직까지 SNS를 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될 때도 있다.
일찍이 기록을 온라인에 남겨두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었을텐데 말이다.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말이다.
사실 나의 기록이나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는게 민망하고 매우 낯설어 하는 성격이다.
예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유행할 때 나도 덩달아 만들었지만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의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많은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나의 사진이나 글을 공개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냥 나 혼자,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종종 꺼내보고 그 때를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것이 내 기록들의 의무이자 용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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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후 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기록은
몇몇 특별했던 날을 써둔 비밀일기만 조금 남아있다.
하지만 1996년 이후의 기록들은 여전히 내 옆에 함께하고 있다.
학창 시절의 일기는 그 날 있었던 일을 단 몇 줄로 써둔게 전부였지만
그것들을 읽으면 그 때의 상황을 기억해 낼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에게도 사춘기 시절이 있었고 성적 때문에 고민했으며, 젊고 치기어린 시절에 방황하고,
헤매고 아파했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내 소중한 흔적들이다.
군 복무 시절 이등병 때 고참들 앞에서 뭔가를 끄적거리기 어려워 작은 수첩과 볼팬을 몰래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 갔다온다고 말하고 변기에 쪼그려 앉아 그 당시의 심경을 수첩에 풀어놓던 때도 있었다.
모아둔 지난날의 일기들을 가끔 펼쳐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시절 추억들에 빠져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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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오기위해 당시 4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중고로 캐논 A70 디지털 카메라를 샀다.
이게 나의 첫 디지털 카메라였다.
아마도 지금의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의 반에 반도 못미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카메라 기종을 바꿔가며 사진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 동안 찍어둔 16년간의 기록이 담긴 외장하드를 열면 내가 지나온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진은 글보다 시각적으로 더욱 자극해서 기록 당시의 상황을 더욱 생생히 보여준다.
자주 열어 보고 싶긴 하지만 한번 열면 쉽게 닫아지지 않기에 가끔 들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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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결혼 전부터 꽤 오랜기간 다이어리를 써오고 있다.
옆에서 함께 다이어리를 써온기간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워킹홀리데이때 함께 일하며 여행할 때, 결혼 후 신혼의 달콤함 속에서, 호주로 이민와서 힘들었던 시기에…
수많은 시간을 서로 함께 하며 각자 그 시간들을 기록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약속했다.
언젠가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그 때 상대방의 기록을 꺼내 보기로.
내가 아내의 기록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 각자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한 기분과 의무감이 든다.
그리고 훗 날 이 기록들이 나의 아이들에게 전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럽고 창피한 기분도 들지만
엄마 아빠가 이렇게 살아왔다고 보여 줄 수 있는 자료들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런 생각들이 함께 하기에 내 시간들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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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록은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나를 돌아보게 해주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주는 소중한 보물이다.
예전엔 그 의미를 잘 몰랐지만 이제와 돌아보니
기록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강점이었고 강점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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